밤이 지나면 아침이 온다. 오늘도 어김없이 떠오른 해는 여전히 붉다. “콘노스케.” 구석에 웅크려있던 콘노스케가 귀를 쫑긋거리며 달려왔다. 콘노스케를 대충 쓰다듬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나는 얼마나 입원해 있었지?” “3년 조금 더 됩니다요.” 눈썹이 약간 떨렸다. 3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도검남사의 신체 나이가 변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발령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피곤해 보이는 임시 담당자에게 간략한 설명을 듣고 최소한의 짐만을 챙겨 게이트를 넘었다. 챙길 짐이라고 해 봤자 칫솔 같은 생필품과 기본적으로 지급되는 의복, 그리고 콘노스케가 전부였다. “사니와님, 이왕 이렇게 된 거 새로운 출발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요!” “끝난 적 없으니 새로 시작 할 것도 없어. 난 반드시 내 혼마...
“사니와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푹신한 몸뚱아리가 내 품 속을 파고들었다. 빽빽한 눈꺼풀을 들어올려 주변을 살펴보니 온통 흰 타일이 눈에 들어왔다. 이불이 무거운지, 아니면 내 힘이 약해진건지 상반신을 일으키는 것 조차 힘겨웠다. 간신히 들어올린 왼팔엔 가죽만 달라붙어 겨우날 나뭇가지마냥 앙상한 손이 달려있었다. 그럼 오른팔은? 오른쪽 팔꿈치 아래...
히게키리는 자신의 무릎에 놓인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보았다. 희게 질린 뺨은 봄볕 처럼 희미하게 따뜻하고 말랑말랑하다. 핏기가 가신 입술과 풀려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동공은 자칫 시체처럼 보였지만 귀를 기울이면 옅은 숨소리가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더라, 잘 기억 나지 않는다.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거짓말이 아니라 사실이 그러했다. 기억...
저는 정말 심심하다고요. 요새는 아무도 저와 놀아주지 않아요. 항상 곁에 있어주던 이와토오시는 저번 주쯤부터 보이지 않아요. 이시키리마루 말로는 엄청 중요한 원정에 참여해서 그렇대요. 이와토오시와 비슷한 시기에 사라진 남사들은 돌아왔는데. 예를 들면, 저기 사요를 보세요. 약간 짧아져서 돌아온 코우세츠를 한 손으로 꼭 쥐고 있잖아요? 아와타구치의 단도들은 ...
우구이스마루는 굳게 닫힌 대련실 문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오오카네히라가 몇 시간째 대련실을 점거하고 나오지 않는다는 도다누키의 투정을 들은 사니와의 부탁으로 온 우구이스마루는 목을 가다듬고 오오카네히라를 불렀다.“오오카네히라, 여기 있는 거 알고 있다.”“뭐야... 내버려둬.”“네가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면... 되도록이면 평화로운 방법을 쓰려고 했지만 별 ...
"뀨잉뀨잉! 뀨잉뀨잉!”턱.하세베는 팔을 뻗어 시끄럽게 울리는 콘노스케 모양 알람시계를 껐다. 아침부터 울려오는 괴상망측한 소리에 그의 눈이 절로 찌푸려진다. 정부에서 지급되는 물건이 다 그렇지만, 대체 이 흉물은 뭐란 말인가. 단도들이야 처음엔 귀여운 외형에 좋다고 함박웃음을 지었지만, 곧 아침마다 울려대는 근본없는 소리에 질렸는지 시계들은 며칠 후 단도...
우구이스마루는 사니와의 사실에서 나왔다. 그의 양손에는 금빛 포장지로 싸인 상자가 들려있었다. 대련을 마치고 혼마루의 안쪽으로 향하던 오오카네히라와 이즈미노카미는 우구이스마루를 보고 말을 걸었다.“우구이스마루인가. 그 상자는 뭐지?”“주인이 가장 강하고 아름다운 검에게 전해달라고 하더군.”“그거 완전 내꺼잖아? 이리 줘봐, 뭔지 보자.”“뭐야? 가장 강하고...
"다녀오겠습니다. 자리를 비우는 동안, 동생들을 잘 부탁합니다.”이치고를 필두로 하세베, 쇼쿠다이키리, 호리카와, 카센, 그리고 히자마루로 이루어진 원정부대가 혼마루를 나섰다. 목적지는 오슈 합전. 무려 24시간이나 걸리는 원정이니 계획을 실행하기에는 충분 할 것이다. 사니와는 원정부대가 혼마루 밖으로 완전히 나가는 것을 확인하면서 손을 흔들며 잘 다녀오라...
오오카네히라는 죽 늘어진 복도를 따라 걷다가 이내 텅 빈 복도를 발소리로 채우며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방 앞에 도착한 그는 숨을 들이 쉬더니 장지문을 힘차게 열고 큰 소리로 외쳤다. “우구이스마루! 우구이스마루 여기 있는거냐!” “그렇게 큰 소리 내지마. 귀가 아프잖아.” 우구이스마루는 문 쪽을 한 번 쳐다보더니 시선을 다시 찻잔으로 향했...
우구이스마루는 사니와에게 감사하고 있다. 이번 주인인 사니와는 제 동향 검이자 형제라고 할 수도 있는 오오카네히라와 같은 장소에서 지내게 해준 것 외에도 여려가지 편의를 봐주고 있다. 우구이스마루는 느긋하게 차를 마시면서 오오카네히라를 관찰하거나 가끔 히라노의 이야기를 둘어주는 이곳의 생활에 만족했다.그렇기에 그는 사니와의 약혼 소식을 들었을 때 진심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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