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큰일날 뻔 했네.” 변환기를 품에 꼭 안고 게이트를 넘어 자신의 혼마루를 넘어온 Q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설마 또 뭔가 두고온 건 아니겠지? 게이트를 사용한 기록은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협회의 서버에 남아있으니 괜히 나중에 책잡힐 위험도 있으므로 용무가 끝난 혼마루에 자주 드나드는건 좋지 않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고생하셨어요 주인씨.”...
* <고백>과 <회개>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http://posty.pe/1y4gvm (고백) http://posty.pe/as9ccp (회개) * 고어 표현 주의. * 간접적인 식인 묘사가 있습니다. * 히게사니(여)와 미약한 우구사니? 생명과 가장 강하게 직결된 부위를 제 소유로 한 걸로 모자라 삼켜 신체의 일부로 받아들인 덕인...
“잘... 모르겠어.” Q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호리카와는 예상했다는 듯이 눈매를 휘고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질문을 바꿔볼게요. 저를, 저희 남사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싶으세요?” “...무기.” 스승님이 그러셨으니까. 그들은 검이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인간의 행동을 하지만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도구다. 하지만 Q는 마음 속 ...
"처음부터 이런 건 아니었어요. 언제부터였더라, 조금씩 지인들의 과거, 과거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그런게 막 떠오르는 거예요. 사소한거, 예를 들면 매운 것을 잘 못먹는다거나, 불 앞에 서는 것을 꺼린다거나. 나중 가면 검을 들고 싸우는 모습이 그들의 모습 위로 겹처보이는 거예요. 어떤 사람은 길고 화려한 전통복을 입고, 어떤 사람은 갑옷이 주렁주렁 달린...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이 대야에 고인 물을 때리며 맑은 소리를 냈다. 혼탁한 공기와 흐릿한 풍경과는 동떨어진 경쾌한 소리다. 분명 빗물이 간친히 대야의 바닥을 가릴만큼 차올랐을 때는 수면이 얼굴이 비칠만큼 청명했지만 거의 다 차오른 지금은 바닥에 검은 침전물이 그득 쌓이고 미꾸라지가 날뛰었나 싶을 정도로 흐린 흙탕물이 담겨있다. 우구이스마루는 오염이 어디에서...
* <고백>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http://posty.pe/1y4gvm * 고어, 그로테스크한 표현 주의. * 식인 묘사가 있습니다. 우구이스마루는 아무도 지키고 있지 않은 광의 문을 열고 안쪽을 향해 발을 옮겼다. 무거운 죄를 지은 자를 가두고 있는 감옥이라고 하기에 무색할 정도로 신경 쓰는 사람이 없다. 아무래도 다들 아직 충격이 완전...
2243년 5월. 형광등 빛으로 채워진 무채색 방 안에 놓인 기다란 책상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앉아있다. 입구에서 가장 먼 벽 쪽, 상석이라고 불릴 만한 커다란 의자 뒤에 걸린 화이트보드에는 반투명한 화면들이 잔뜩 떠 있었다. 화면들은 제각각 숫자나 그래프 등을 띄우며 사상자, 혹은 피해 규모 같은 불길한 단어들로 공백을 메웠다. 화이트보드 오른쪽 끄트머리...
온몸이 짓눌려 뭉개지는 것 처럼 갑갑하다. 이대로 잠들고 싶었지만 이마에서 느껴지는 축축한 냉기 때문에 눈이 억지로 떠졌다. 한껏 찌푸린 눈살 너머로 축축한 냉기는 이마에 올려진 젖은 수건에서 온다는 것과, 히게키리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마를 짚기 위해 들어올린 왼손에는 붉은 기가 배어나오는 천 붕대가 엉성하게 얽혀있었다. “...
아침부터 빗줄기가 거세게 쏟아져 온종일 혼마루의 업무가 마비되었다. 남사들은 출진과 원정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비가 새는 곳을 보수하거나 서둘러 빨래를 걷고 도랑을 다시 파기에 바빴다. 갑작스럽게 닥친 호우에 모두 당황했었지만 각자 역할을 분담해 그럭저럭 대처할 수 있었다. 저녁쯤이 되자 어느 정도 정비가 끝나 숨 돌릴 여유가 생겼다. 몇몇 검은 떨어지는...
헤시키리 하세베는 남들이 보기에 묘한 부분이 있었다. 남들에게 엄격한 만큼 자신에게 더욱 엄격하여 윗사람들에게는 무슨 일이든 맡길 수 있겠다는 신뢰와 언젠가 제 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아랫사람에게는 닮고 싶다는 존경심과 과한 양의 업무를 당연하다는 듯이 지시하는 통에 불만을 불러일으키는 그이지만 모두가 입을 모아 별나다고 하는 점이 있었다.그것은...
“으윽...” 갑자기 오른팔이 아파왔다. 불타는 것 같이 화끈거리다가도 날붙이에 베인 듯 욱신거린다. 갈기갈기 찢어져 조각나는 것 같다. 왼손으로 오른팔을 부여잡으니 뜨거운 감각과는 다르게 딱딱하고 차가운 금속 감촉만이 느껴졌다. 고통 때문에 주저앉자 몸이 갑자기 옆으로 기울어졌다. 히게키리가 오른팔에 달린 의수를 제 쪽으로 끌어 당겨 비틀어 잡아 뜯었다....
한 달 동안 초심으로 돌아가서 혼마루를 재건하는 데 집중했다. 눈 코 뜰 새 없이 열심히 단도, 출진, 원정을 반복하다 문득 달력을 보니 오늘이 이번 달의 마지막 날이다. 그동안 입수가 특별히 어려운 검을 제외하면 상당히 많은 수의 남사들이 모였다. 별채도 제법 생활감이 생겨 검들과 내가 남긴 흔적이 쌓여갔다. 예를 들자면 아키타와 고코타이가 색종이를 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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