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꿈을 꿨다. 하지만 어째서 그립다고 생각 한 것일까. 넓다면 넓다고 할 수 있는 일본식 전통 가옥을 누군가와 걷고 있는 꿈이었다. 잊으면 안 되는데 잊어버렸다. 그는 누구였더라? 초기도. 내 초기도. 초기도가 뭐지? “주... 아니 누나, 정신이 들어?” 머리가 아프다. 눈을 몇 번 깜빡이니 흐릿한 망막에 붉은 머리가 맺혔다. “지금 눈 뜬거지? 다...
뺨에서 느껴지는 축축하고 까끌한 느낌에 정신이 차츰 돌아왔다. 눈을 가늘게 떠보니 히게키리가 내 얼굴을 햝고 있는 게 보였다. “윽... 따가워.” “앗, 미안. 잠결에 먹이인줄 알았어.” 히게키리는 반대쪽으로 몸을 굴리며 나에게서 떨어져서 다시 머리를 앞다리 사이에 묻고 잠들었다. 바닥에 널부러진 코기츠네마루와 시시오를 밟지 않도록 조심하며 화장실로 가서...
눈꺼풀 사이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 때문에 눈이 억지로 떠졌다. 익숙한 천장이 보인다. 역시 그건 다 꿈이었던 건가? ‘오늘 알바가 있던가…’ 피곤하니까 조금만 더 자고 싶다. 창 밖에서 들려오는 새 소리를 자장가 삼아 다시 잠에 들려고 했다. “주인.” 요즘 새는 주인, 하고 우네. “일어났다는 거 알고 있다. 이제 슬슬 나오는 게 어떨까 싶다만.” 잔소리...
온몸이 쑤신다. 공원 벤치에 찌그러져 새우잠으로 밤을 샜으니 몸이 멀쩡할리가 없다. 뱀이 노숙은 위험하다면서 반대했지만, 달리 갈 곳도 없고 시간도 늦었으니 수상한 사람이 온다고 해도 뱀을 보면 달아날 것이라는 내 주장에 밀려 결국 그대로 자는걸 허락했다. 아니, 허락 안 했으면 어쩔거야. 쟤가 날 끌고 가서 이불 덮어 줄 것도 아닌데. 자고 나니까 어제 ...
별 일 없는 하루였다. 항상 하던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가던 중이였다. 2년 째 지내는 원룸으로 들어가기 전, 근처 슈퍼에서 과자나 사먹으려는 생각으로 집을 지나쳐 강변 공원을 가로지른 것 외에는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냈...을 터인데. 잔디 사이로 풀빛과는 다른 옅은 녹색 물체가 보였다. 그냥 지나치면 될 일인데 왠지 신경...
어느 날 시간 수호 협회 소속의 A모 담당자 앞으로 온 서류. ...하여 신입 심신자의 운영 보조 및 부정에 침식 된 본성 정화 대책 매뉴얼 마련을 위한 도검남사들의 행동 보고서가 필요 하오니 이를 담당자 A와 그 소속의 심신자들에게 요청 하는 바 입니다. - 시간 수호 협회 협회장 F 올림 "뭐야 이게" 담당자 A의 혈압이 올라갔다! * 담당자 A와 다섯...
P는 팔에 주렁주렁 달린 링거 바늘을 바라보았다. 워낙 빽빽하게 꽂혀있어 팔에 바늘이 달렸다기 보다는 바늘에 팔이 꿰어있는 듯한 모양새다. 엄살이 너무 심하다. P는 속으로 혀를 찼다. 아무리 오십이 넘었다지만, 신체 상태는 30대 초반과 다르지 않다고 했는데... “뭐야...?” P는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더듬었다. 고개를 돌리다 우연히 한쪽 벽에 붙은 전...
이제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Q는 가슴을 짓누르는 무거운 통증 때문에 숨을 느리게 뱉으며 해야 할 일들을 떠올렸다. 타이코가네는 야만바기리가 알아서 조치 할 것이다. 쇼쿠다이키리도 누군가가 안내 할거다. 츠루마루나 오오쿠리카라, 아니면 타이코가네. ‘우리 사다쨩한테는 뭐라고 설명해야하지...’ 뒤늦게 후회가 몰려왔다. ...
“그럼 가볼까.” 히게키리는 옆 방으로 향하는 문을 열려는 찰나, 문 너머로 들리는 희미한 소음을 듣고 손을 뗐다. “저기서 수상한 소리가 들리는데." “만바, 투석병 가져 왔어?” “그래.” 야만바기리가 투석병을 장비하고 문 너머를 향해 겨냥했다. “히게키리, 셋을 세고 던지겠다.” “히게키리는 야만바기리의 신호에 맞춰 문을 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틈...
“그럼 가볼까.” 히게키리가 다음 방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 크아아아악! 괴성과 함께 칼날같은 손톱이 달린 손아귀가 튀어나와 히게키리를 스치며 Q를 향해 달려들었다. 히게키리가 피가 흐르는 팔을 움켜쥐고 뒤를 돌아보자 아만바기리가 손아귀를 향해 본체를 부딪혀 간신히 막아내고 있었다. 탐조등은 그 와중에 깨졌는지 방 안을 비추던 유일한 광원이 사라졌다....
돌아가는 길은 해가 저물어 어두웠다. 지나쳐오던 방에서 간간히 무언가를 긁거나 부수는 소리가 들렸던 것을 제외하면 나름 조용했다. 말 없이 앞서나가던 쇼쿠다이키리가 한 문 앞에 도착하자 히게키리가 Q에게 살짝 귀띔했다. “아까 전에 나갈 때와는 다른 길로 돌아왔어.” “그래? 신기하네... 역시 구조가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은데 쇼쿠다이키리가 헤맨다는 ...
“윽...!” Q의 발 밑이 사라졌다. 아니, 발이 사라졌다고 하는게 맞을까. Q의 발 밑에 있는 그림자에서 이빨이 돋아나 Q의 다리를 물어뜯자 중심을 잃은 Q는 그대로 고꾸라졌다. “히게키리...! 도-” Q가 채 히게키리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전, 이번엔 천장에서 늘어진 그림자가 Q를 통째로 삼켰다. 히게키리가 뒤늦게 그림자를 향해 검을 휘둘렀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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