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쇼쿠다이키리는 약간 현기증이 들었다. 눈을 두어번 깜빡이고 지끈거리는 머리를 지그시 누르자 묘한 위화감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아 챌 수 있었다. “...사라지는 느낌이 멈췄어.” “이 기계는 특정 범위 내의 영력의 흐름을 단절시킵니다. 원래 사용자의 역량이 받쳐 준다면 이렇게 작동 시키는 것 만으로도 완전히 정화 할 수 있겠지만... 저는 거...
쇼쿠다이키리는 대답 대신 Q를 멍하게 쳐다보았다. “쇼쿠다이키리 님?” Q가 쇼쿠다이키리를 향해 다가오자 차가운 도신이 Q의 심장을 가로질렀다. 칼자루가 쇼쿠다이키리의 손을 떠나자 Q의 몸이 힘없이 뒤로 넘어갔다. 쿵. 신체가 땅에 떨어져 둔탁한 소리가 울리자 그제서야 쇼쿠다이키리의 눈에 빛이 돌아왔다.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쇼쿠다이키리는 믿을...
어질러져 있다고는 했지만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사니와의 침소 바닥은 잡동사니로 가득 차 발 디딜 틈도 없었고 한 편에는 히게키리가 박살낸 서랍장의 잔해가 남아있었다. Q는 허리를 구부려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동물 프린트 담요를 들춰보았다. 시침이 박살난 분홍색 자명종과 귀가 하나밖에 없는 토끼를 닮은 캐릭터 무드등이 다른 잡동사니 사이에 묻혀져있었다. 그 사...
쇼쿠다이키리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조용한 어둠 속에 떠있었다. 아무것도 보이거나 들리지 않아 감각을 좀먹어가는 듯한 허무속에서 그저 눈만 깜박였다. 아무것도 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전혀 멋지지 않은걸. 츠루씨가 말 했던 마음이 죽어간다는 말이 이런 뜻일까. 그의 머리 속에서는 최근 있었던 일이 단편적으로 떠올랐다. 겁에 질려...
“...그런 일도 있었다.” 아키타와 시나노는 야만바기리 쪽으로 옹기종기 앉아 몸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경청하던 중 시나노가 꽤나 감명받았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초롱초롱한 눈으로 야만바기리를 바라보았다. “와아! 다음엔 나도 데려가주면 안 돼?” “다시 말하지만 그 때 일은 특이한 경우였다. 몇 년 전 일이지만 아직까지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을정도로. .....
야만바기리와 히자마루는 히게키리를 가운데에 두고 게이트 앞에 나란히 앉아서 대기했다. “히자마루, 너도 갈 생각인가.” “그건 아니다. 난 그저 형님이 주인을 따라 나서겠다고 떼쓰지... 아니 주인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면 말리려고 있는 것이다.” “그렇군.” 할 말이 떨어진 세 검이 사이에는 묘한 정적만 감돌았다. 주인은 언제 오는건가. 히자마루는 반응 없...
“그럼 다녀올테니까 잠시 기다려줘. 내 짐은 미리 챙겨놨으니까 너도 챙길 거 있으면 준비해두고.” “나도 달리 더 준비할건 없다. 얼마나 걸릴 것 같지?” “글쎄, 늦어도 반나절보다는 덜 걸릴 것 같은데. 갔다 오면 바로 저번에 히게키리랑 갔던 혼마루로 조사 갈 수 있을 것 같아. 무슨 일 생기면 연락 할게.” 야만바기리는 게이트를 넘어 L의 혼마루였던 곳...
하나 둘, 사람의 형체를 입은 것들이 스러져간다. 햇살에 녹아들어가는 빛더미들이 있던 자리에는 다양한 길이의 날붙이들만이 남아있다. 그 날붙이들도 얼마 가지 않아 자취를 감췄다. 몇 남지 않은 얼굴들에게서는 비장함이 엿보인다. 사요는 고개를 들어 카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형제들은 앞서 현세와의 연결이 끊어진 상태다. “...저는 여기까지지만 복...
“협회장님,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그래, 들어오게나.” 검은 양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협회장의 비서가 한 손으로 문을 힘겹게 열었다. 다른 한 손으로는 두꺼운 서류철 여러 개를 간신히 놓치지 않도록 잡고있는 상태였다. 협회 본부의 싸늘한 콘크리트 복도 끝에 버티고 서있는 두꺼운 철문을 열면 바깥 경치와는 동떨어진 고풍스러운 방이 자리잡고있다. 마치 다른...
장지문을 뚫고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따갑다. 슬슬 추워지기 시작한 날씨에 이불 밖을 벗어나기가 꺼려진다. C는 팔을 뻗어 베개 맡에 있는 단말기를 끌어온 후, 바로 누운채로 얼굴 위로 단말기를 가져가 새로운 연락은 없는지 확인했다. 2205년 9월 25일B: Q가 연락을 안받는데 10:44 PM자료 부탁해놓고 잠수하면 어쩌자는거냐 10:44 PMQ랑 연락 ...
A는 갑작스러운 협회장의 호출에 기분이 매우 언짢은 상태였다. 아니, 호출이 없어도 언짢은 이유는 충분했다. 쉴 새 없이 날아드는 문양 제보에다 담당 사니와의, 그러니까 Q라던가 Q나 주로 Q의, 불평 불만까지 상대해야 하니 박스 단위로 시킨 에너지 드링크가 단도 이벤트 중인 혼마루의 자원보다 빨리 증발하고 있다. -그래서 리포트 빨리 쓰라고? -그래. -...
(Q의 프로필) 담당자 A는 책상을 파묻는 서류더미들을 뒤적이다가 눈에 띄는 폴더를 발견했다. 자신이 담당하는 사니와들의 인적사항이 적힌 서류를 모아놓은 폴더다. 잠깐 확인해볼 시간은 있겠지. A는 폴더를 열어 가장 위에 있는 서류를 훑어봤다. 서류의 가장 왼쪽 위에 있는 밝은 회색 눈과 마주쳤다. 약간 올라간 눈매는 미소를 그리고 있는 입과는 달리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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